뉴스를 열심히 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안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음이 안 보인다.
기사는 항상 “무엇이 올랐다”까지만 말하고 멈추기 때문이다.
그다음이 궁금한 사람에게는, 다른 도구가 필요하다.
병목을 보는 눈이다.
가장 좁은 곳이 전체 속도를 정한다
1984년, 엘리야후 골드랫이라는 물리학자가 『더 골(The Goal)』이라는 책을 냈다.
거기서 나온 개념이 제약이론이다. 원리는 한 문장으로 끝난다.
시스템 전체의 속도는, 가장 느린 지점이 결정한다.
병의 목이 좁으면, 병이 아무리 커도 물은 그 목만큼만 나온다.
공장에서 아홉 개 공정이 빨라도, 한 공정이 막혀 있으면 생산량은 그 한 공정에 묶인다.
그래서 병목이 아닌 곳을 아무리 개선해도, 전체는 그대로다.
여기까지는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다.
진짜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다.
병목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병목을 풀면 끝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하나를 풀면, 병목은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그리고 여기에 신호를 읽는 열쇠가 있다.
AI 산업을 보자.
처음엔 GPU가 부족했다. 계산할 칩이 없었다.
그다음엔 HBM이 부족했다. 칩에 넣을 고성능 메모리가 모자랐다.
그다음엔 패키징이 막혔다. 칩과 메모리를 붙이는 공정이 병목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전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전력 사용량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2.1%에서 2030년 10.2%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
칩은 있는데, 그 칩을 돌릴 전기가 없다.
KB증권은 이 현상을 “AI 시대의 숨은 병목”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서버의 전압을 제어하는 전력반도체는 지금 주문해도 9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병목이 움직이면, 돈도 따라 움직인다
이제 이 흐름을 돈의 관점에서 다시 보자.
GPU가 병목이던 시절, 돈은 GPU를 만드는 쪽으로 몰렸다.
HBM이 병목이 되자, 돈은 메모리 쪽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전기가 병목이 된 지금, 돈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마이크로소프트는 문 닫았던 원자력 발전소를 다시 켜기로 했다. 구글은 소형 원자로에서 전기를 사겠다고 계약했다. 아마존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갑자기 발전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상해 보이는가.
병목을 알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돈은 언제나 가장 좁은 목으로 흐른다. 거기가 가장 비싸고, 거기서 가장 많이 남기 때문이다.
뉴스는 “AI 관련주가 올랐다”고 뭉뚱그린다.
병목을 보는 사람은 그 안에서 누가 다음 목인지를 묻는다.
이건 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같은 질문을 내 삶에 던져보면 어떨까.
지금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좁은 목은 무엇인가.
돈인가. 시간인가. 기술인가. 아니면 사람인가.
많은 사람이 열심히 산다. 그런데 병목이 아닌 곳에서 열심히 산다.
영어가 병목인데 자격증을 딴다. 시간이 병목인데 돈을 아낀다. 실행이 병목인데 계획만 세운다.
제약이론이 말하는 그대로다. 병목이 아닌 곳을 개선하면, 전체는 하나도 안 바뀐다.
노력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노력의 위치가 문제다.
그래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
뉴스를 볼 때 질문을 하나 더 붙이면 된다.
“지금 여기서 가장 좁은 목은 어디인가.”
그리고 하나 더.
“이게 풀리면, 다음 목은 어디가 될까.”
이 두 질문이 뉴스를 예보로 바꾼다.
물론 병목을 안다고 미래가 보이는 건 아니다. 예측은 언제나 틀릴 수 있고, 투자든 커리어든 판단은 본인의 몫이다.
다만 방향은 분명하다.
대부분은 지금 무엇이 부족한지를 본다.
드물게 어떤 사람은 다음에 무엇이 부족해질지를 본다.
그 차이가 뉴스를 읽는 사람과, 신호를 읽는 사람을 가른다.
정보는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다. 하지만 그 정보에서 신호를 뽑아내는 사람에게만, 다음이 보인다.
참고: 엘리야후 골드랫 『The Goal』(1984)의 제약이론(TOC), 국제에너지기구(IEA)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전망, KB증권 「AI 전력 인프라」 리포트. 산업 전망은 특정 시점의 분석이며 실제 흐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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