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가 내려진 상가 네 곳 사이에 한 곳만 불이 켜져 있는 모습으로 업종별 창업 생존율 차이를 나타낸 이미지

창업 생존율, 업종별로 3배 차이 나는 이유

창업을 준비할 때 제일 오래 고민하는 건 대개 무엇을 팔지다.

내가 잘하는 게 뭔지, 시장에서 뭐가 잘 팔리는지를 본다. 당연한 순서다.

그런데 창업 생존율을 업종별로 나눠놓고 보면, 결과를 가른 지점이 조금 달랐다.


절반은 3년을 넘기지 못한다

2024년 폐업 신고는 100만 건을 넘었다.

그중 소매업과 음식점업이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국세청이 집계하는 100대 생활업종의 3년 생존율은 52.3%다. 2022년 54.5%, 2023년 53.6%에서 매년 조금씩 내려오고 있다.

세 해를 넘기는 가게가 겨우 절반이라는 뜻이다.


업종별 창업 생존율은 3배까지 벌어진다

평균은 절반이지만, 업종을 나눠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창업 첫해를 넘기는 비율만 봐도 그렇다.

LPG충전소는 93.8%, 미용실은 91.6%, 펜션과 게스트하우스는 91.0%가 1년을 넘겼다.

반대쪽은 PC방 65.8%, 통신판매업 67.7%, 화장품가게 73.6%다.

같은 1년인데 위아래로 30%포인트 가까이 벌어진다.

기간을 늘리면 격차는 더 커진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05년에 창업한 사업체 6,310곳을 10년간 추적한 조사가 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74.9%가 남았다. 하수폐기물 처리 및 환경복원업 48.1%, 건설업 47.5%, 제조업 43.3% 순이었다.

숙박 및 음식업은 26.1%, 부동산 및 임대업은 20.5%였다.

맨 위와 맨 아래가 세 배 넘게 차이 난다.


살아남는 쪽에는 공통점이 있다

위쪽에 있는 업종들을 하나씩 보면 성격이 비슷하다.

LPG충전소는 시설 기준을 갖추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용실은 국가자격을 딴 뒤 면허를 받아야 연다. 공중위생관리법은 미용사 면허를 받은 사람만 미용실을 개설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병원과 의원은 더하다. 의료법은 의료기관 개설자를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등으로 아예 한정해두었다. 면허가 없으면 열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다.

공통점은 하나다. 마음을 먹었다고 오늘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문이 열려 있으면 잘할수록 불리해진다

진입이 쉬운 업종에서 벌어지는 일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한 가게가 잘되는 게 눈에 보이면, 근처에 비슷한 가게가 생긴다.

손님 수는 크게 늘지 않는데 나눠 갖는 사람만 늘어난다.

이게 반복되면 잘하는 것 자체가 신호가 된다. 내가 증명한 수요를 다른 사람이 가져간다.

실력이 떨어져서 어려워진 게 아니라, 들어올 문이 처음부터 열려 있었던 것이다.

같은 동네 소매업에서도 이 차이가 보인다. 편의점의 1년 생존율은 69.1%인데 식료품가게는 54.3%다.


그렇다고 문턱이 높으면 다 좋은가

여기서 한 번 짚고 가야 할 부분이 있다.

진입장벽은 공짜로 생기지 않는다. 남이 못 들어오는 곳은 나도 들어가기 어려웠던 곳이다.

LPG충전소는 시설 투자 규모가 크다. 의료기관은 면허를 얻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미용사 면허도 시험을 통과해야 나온다.

생존율이 높은 이유 중 상당 부분은 그 비용을 미리 치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리 치른 비용은 나갈 때도 발목을 잡는다. 들어가기 어려운 곳은 대체로 접기도 어렵다.

생존율이 높다는 건 잘 버틴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문턱이 높은 업종이 항상 낫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그 문턱이 나중에 무엇을 막아주는지는 알고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무엇을 확인하나

업종을 정하기 전에 던져볼 수 있는 질문들이다.

오늘 마음먹으면 몇 달 안에 시작할 수 있는 일인가. 그렇다면 남들도 같은 속도로 들어올 수 있다.

내가 잘되는 걸 옆에서 보면 따라 할 수 있는가. 메뉴나 가격은 대체로 따라 하기 쉽다. 면허나 설비, 오래 쌓인 관계는 어렵다.

이 일을 접을 때 회수되는 게 얼마나 되는가. 문턱이 높을수록 초기 비용이 크고, 그만큼 나가기도 어렵다.

세 질문 모두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답을 알고 시작하는 것과 모르고 시작하는 것은 3년 뒤에 다른 자리에 서게 만든다.


폐업을 이야기할 때 대개 실력과 노력을 먼저 말한다.

물론 그것도 맞다. 다만 같은 노력을 해도 결과가 세 배씩 갈리는 자리가 실제로 존재한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대개 가게 안이 아니라 가게 밖에 있다.

잘하는 것은 몇 년을 벌어주고,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은 십 년을 벌어준다.


출처: 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생존율 통계, 한국고용정보원 기업의 생존과 고용성장에 관한 실증분석보고서(2005년 창업 사업체 6,310곳 10년 추적), 국세청 폐업 신고 현황. 10년 생존율은 2005년 창업 사업체를 기준으로 한 수치이며 최근 창업 코호트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법령 내용은 공중위생관리법 제8조와 의료법 제33조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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