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창구에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
“고정이 나아요, 변동이 나아요?”
대부분은 두 상품의 금리 숫자를 나란히 놓고 낮은 쪽을 고른다.
그런데 그 방식은 2025년 7월부터 통하지 않게 됐다.
금리가 낮은 상품을 고르면, 빌릴 수 있는 돈이 수천만 원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DSR이라는 제도 때문이다.
스트레스 DSR이란 무엇인가
이름은 어렵지만 원리는 단순하다.
은행이 “지금 금리”가 아니라 “앞으로 금리가 올랐을 때”를 가정해서 대출 한도를 계산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실제 금리가 4%라도, 심사할 때는 여기에 가산금리를 더해 계산한다.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025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3단계에서 이 가산금리는 1.50%다. (지방 주택담보대출은 0.75%가 적용됐다.)
중요한 건 이 가산금리가 실제 이자에는 붙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직 “얼마까지 빌려줄까”를 정할 때만 쓰인다.
즉, 이자는 그대로인데 한도만 깎이는 구조다.
변동금리를 고르면 한도가 깎인다
여기서 핵심이 나온다.
스트레스 금리는 금리가 변할 위험이 큰 상품일수록 더 세게 적용된다.
순수 변동금리는 가산금리를 100% 다 맞는다.
반대로 고정 기간이 길수록 적용 비율이 낮아진다.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고정 기간이 만기의 70% 이상이면 스트레스 금리가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 한도가 얼마나 달라질까.
토스뱅크가 든 예시를 보자. 연 소득 6,000만 원인 사람이 수도권 주택을 사려고 30년 만기 변동금리 대출을 받는 경우다.
스트레스 DSR 시행 전 한도는 4억 1,900만 원이었다.
3단계 시행 후에는 3억 5,200만 원.
같은 소득으로 6,700만 원을 덜 빌리게 된 것이다.
금리 0.1%포인트를 아끼려다, 수천만 원의 한도를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혼합형과 주기형은 다르다
많은 사람이 대출 상품을 ‘고정’과 ‘변동’ 두 가지로만 안다.
실제로는 중간 형태가 둘 더 있다.
혼합형은 일정 기간(예: 5년) 고정된 뒤, 그 후에는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상품이다.
주기형은 5년마다 한 번씩 금리가 갱신되는 상품이다. 갱신 후에도 다시 5년간 고정된다.
둘 다 “고정과 변동의 중간”처럼 보이지만, 한도 계산에서는 대접이 다르다.
금융위 자료를 보면, 같은 조건에서 주기형이 혼합형보다 스트레스 금리를 덜 맞는다. 금리가 바뀌는 빈도가 낮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렇게 설계한 이유는 분명하다. 순수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다.
‘인하되면 갈아타지’가 안 통하는 이유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한다.
“일단 변동으로 받고, 금리 내리면 이득 보면 되지.”
여기에 두 가지 함정이 있다.
첫째, 그 인하가 오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는 2.5%에서 여덟 번 연속 동결됐다. 인하 사이클은 이미 끝났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더 아이러니한 지점이 있다.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스트레스 DSR을 두고 “금리 인하기에 차주의 대출한도 확대를 제어하는 자동 제어장치”라고 표현했다.
풀어 쓰면 이렇다. 금리가 내려가도, 대출 한도가 그만큼 늘어나지는 않도록 설계했다는 뜻이다.
인하를 기다리는 전략의 효용이, 제도적으로 줄어든 셈이다.
그래서 어떻게 골라야 하나
정답은 없다. 다만 판단의 순서는 있다.
한도가 빠듯하다면 — 고정 또는 주기형을 먼저 보라. 스트레스 금리를 덜 맞아 같은 소득으로 더 빌릴 수 있다. 금리 숫자가 조금 높아도, 집을 살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갈린다.
한도가 넉넉하다면 — 그때는 금리 숫자를 비교해도 된다. 빌릴 돈이 이미 확보돼 있다면, 총 이자가 적은 쪽이 유리하다.
대출 기간이 짧다면 — 3~5년 안에 갚을 계획이라면 변동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다.
그리고 어떤 경우든, 금리 숫자 옆에 있는 것들을 함께 보라. 중도상환수수료, 우대금리 조건, 부수거래 요건. 이 셋이 실제 부담을 크게 바꾼다.
물론 이 글은 특정 상품을 권하지 않는다. 개인의 소득, 기존 부채, 지역, 상환 계획에 따라 답은 완전히 달라진다. 최종 판단은 본인의 몫이다.
다만 기억할 것은 하나다.
대출 상담에서 우리가 보는 건 금리 숫자다.
그러나 은행이 보는 건 다른 숫자다.
그 차이를 모르면, 낮은 금리를 고르고도 집을 못 산다.
제도는 조용히 바뀐다. 그리고 그 변화를 읽지 못한 사람이 대가를 치른다. 그게 정보를 신호로 바꾸는 법이 필요한 이유다.
출처: 금융위원회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방안」(2025.5.20), 토스뱅크 금융 콘텐츠. 대출 한도 예시는 특정 조건을 가정한 것으로, 실제 한도는 개인 상황과 금융기관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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